영화 <엑스 맨> 

까다로운 천재직원 길들이기

“지금은 한 사람의 천재가 1만명, 10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지적처럼 21세기 지식사회에서는 뛰어난 기술과 재능을 가진 인재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인재들은 관리하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매니징 아인슈타인》저자인 조 이반세비치는 이처럼 뛰어난 “총명함과 혁신성을 갖춘 디지털 시대의 ‘아인슈타인(천재)’들은 그 이름처럼 탁월하지만, 관리자를 비롯한 권력자들이 관료주의나 그 외의 규칙에 따를 것을 요구하며 군림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며, 그런 사람들에겐 자신의 유능함을 무기삼아 까다롭기 이를 데 없이 행동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기업은 이러한 ‘까다로운 천재’없이는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적용하여 성장 및 발전해 나갈 수 없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정보의 가공과 보급, 이용속도가 놀라울 만큼 빨라진 지금, 정보를 만들고 방향을 전환하며, 그 방향을 다시 전환시키는 능력을 가진 그들에게 기업의 존망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세속적인 출세에는 관심이 없는 대신에 동기부여만 제대로 되면 기꺼이 10시간이고 20시간이고 쉬지 않고 일하며 바닥에서도 잠을 자는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영화 <엑스맨>(감독 브라이언 싱어, 2000년)은 이처럼 까다로운 천재들과 한 팀을 이뤄 어떻게 성과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흥미로운 단서를 제공한다.

영화 속에서 ‘엑스맨’은 유전자 변이에 의해 각각 특수한 능력을 갖게 된 돌연변이들을 일컫는다. 이들 엑스맨들은 유전자 변이에 의해 염력과 텔레파시(진)를 갖고 있거나 손에서 6인치 길이의 칼날이 솟아나는(울버린) 등 각자가 특이한 초능력을 갖고 있다.

이들 엑스맨들의 공통점은 이 같은 초능력 때문에 인간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과 다른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엑스맨들은 오히려 이 같은 능력 때문에 보통사람들로부터 백안시당하고 경원의 대상이 된다.

자비에 박사(패트릭 스튜어트 분)는 이들 엑스맨들을 모아 인류를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악당 매그니토에 맞선다. 지난 2000년 개봉돼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이 SF블록버스터 대작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사회로부터 버림받아 상처를 입은 데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능력 때문에 누구의 통제도 받기 싫어하는 엑스맨들을 지휘해 악당 매그니토에 맞서는 자비에 박사의 능력이다.

우선 그 자신이 엑스맨으로 상대의 심리를 읽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초능력자이기도 한 자비에는 사회의 소수자로서 엑스맨들이 갖고 있는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다.

위기상황이 되면 뼈마디 손등을 헤집고 칼날처럼 튀어나오는 울버린(휴 잭맨 분)을 향해 “얼마나 아프겠느냐”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자비에 박사의 모습은 소수의 천재집단과 정서적으로 완벽히 어울리고 있는 리더의 모습과 겹쳐진다.

또 자신의 능력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의절당하고 보통 사람들에게 핍박받은 과거 때문에 자신을 믿지 못하는 로그(안나 파퀸 분)에게 자비에 박사는 그녀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직접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결국 그들의 정서를 완벽히 이해하고 외부로부터 부여된 과제가 아닌 그들 스스로의 내적인 동기가 부여되었을 때, 까다로운 소수의 천재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영화 <엑스맨>은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