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 넣기와 빼 먹기의 명수 뇌

예를 들면 뇌는 실제로 저장되지 않은 세부 사항까지 채워 넣으려 든다는 겁니다. 만약 제가 여러분들에게 ‘침대, 휴식, 깨어 있는, 피곤함, 꿈, 일어나기, 졸기, 담요, 꾸벅꾸벅’ 같은 단어를 주고 ‘침대 졸기 잠자기 가솔린’ 가운데 목록에 없는 단어는 무엇인가? 라고 물어 보면 무엇이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보통 사람들은 ‘가솔린’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렇게 하셨죠? 물론 정답은 가솔린이지만 또 다른 정답도 있습니다. 바로 잠자기인데요. 뇌는 잠과 연관된 맥락을 형성해서 잠자기라는 단어도 있다고 착각하고 목록에 채워 넣는 것이죠. 반면 뇌는 빼먹기 명수이기도 한데요. 보통 사람들은 캘리포니아 사람들의 행복을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요. 캘리포니아라고 하면 의례 가장 아름다운 경치와 최상의 날씨를 상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캘리포니아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지진이나 산불, 고속 도로 정체와 비싼 집값은 모두 빼 먹고 캘리포니아 사람들의 행복을 평가한다고 합나다.

현재를 기반으로 미래를 착각함

이렇게 뇌는 수 많은 착각을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현재를 기반으로 미래를 상상하는 오류죠. 예를 들면 1950년대 미래학자들이 기술한 미래 예측서인 ‘원자 시대’나 ‘내일의 세계’ 등의 글을 살펴보면 미녀 배우의 헤어 스타일을 한 짧은 치마의 아내가 남편의 로켓 자동차 소리를 기다리며 부엌에서 참치 요리를 하는 그림이 들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배꼽 피어싱을 한 10대나, 아이를 안고 있는 남성이나, 서류 가방을 들고 있는 여성의 모습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1950년대를 바탕으로 2000년대를 상상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사람의 뇌는 자극의 절대 강도보다 차이와 변화 같은 상대 강도에 더 민감합니다. 백화점에서는 절대 팔리지 않을 비싼 제품 몇 개를 조금 비싼 물품과 같이 진열해서, 다른 제품이 훨씬 싸게 보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