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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야구와 경영 - 포수, 황금의 오른팔 편 1> - 심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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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8-21 16:27 조회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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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의 이인자를 잡아라. 포수 열전 >

'투수의 굳건한 표적.

어떤 공도 피해서는 안 되는 사람.

판을 읽는 신의 눈과 람보의 배짱과 야수들을 아우를 큰 가슴을 가진 사람.

지난 타석에 뭐로 승부했는지 기억할 수 있고, 타자가 노리는 게 뭔지, 관찰해낼 수 있는 사람.

경기가 끝난 뒤, 상대팀의 숨소리까지 복기할 수 있는 사람.

마스크와 레그 가드, 샅보대를 착용하고 쉴 새 없이 움직이며 9이닝을 버텨야 하는 사람.

홈 플레이트로 돌진해오는 주자를 온몸으로 막아내야 하는 사람.'

- 7년의 밤, 정유정

 

투수는 야구의 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포수 없는 투수. 포수 없는 감독이 있을 수 있을까. 포수를 알면, 그 팀이 무엇을 할지 알 수 있다. 포수는 평범한 투수를 일류 투수로 만들고, 절묘한 미트질로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불펜 쪽의 뜬공을 쫓아다니고 도루를 저지하는 수비의 핵을 담당한다. 직접 경기를 뛰는 선수이지만 때론 감독의 역할까지 할 수 있는. 포수는 경기력과 카리스마와 덧붙여 지략까지 겸비한 그라운드의 재갈공명들, 리더십의 산증인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포수가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라는 데 있다. 포수는 경기 시작 전부터 약 3kg 정도의 보호장비를 입고 하루에 3시간 이상 되는 경기에서 수백 번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또한 투수가 150km 가까운 속도로 던지는 바늘 하나 안 들어 갈 정도로 단단한 공을 하루에 적게는 120개 정도 많게는 170여 개 정도까지 받아낸다. 강인한 체력에 겸비해서 끈기와 인내력도 있어야 한다. 배트에 굴절되는 공을 맞고 또 맞지만, 투수에게 영향이 갈까 봐 아픈 내색도 할 수 없다. 그뿐인가 머리가 나쁘면 안 된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감독의 사인을 이해하고 투수에게 전달해야 하며, 상대팀 타자별로 수비 위치를 조정해야 한다(MLB에서 수비 시프트는 포수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벤치에 들어와서도 그들은 쉬지 못하고 계속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

과거의 요기 베라부터 현재의 마이크 매써니, 브래드 아스머스, 마이크 소시아까지 포수 출신 감독이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경기를 연구하고 투수를 다독인다. ESPN의 칼럼니스트 팀 커크 지안(Tim Kurkjian)은 다음과 같은 말로 포수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야구는 강한 사내들의 거친 경기이지만, 포수는 그들 중에서도 가장 강인한 남자들이다. 그들은 매일 밤마다 육체적으로 고통을 겪는다. 포수들은 매 경기 가장 욕을 보는 선수들이다. 그들은 팀의 두뇌이자 동시에 육체노동자이다.”

기업에 있어서 포수는 누구인가.투수의 자리에 있는 일인자, CEO를 관리할 수 있는 이인자들일 것이다. 일인자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모든 기업과 CEO는 황금의 오른팔, 포수 즉 이인자가 있어야 한다.

이인자의 중요성을 구구이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딕 모리스, 필립 굴드, 장량, 순욱, 정도전, 한명회, 에드워드 하우스가 없었다면, 빌 클린턴, 토니 블레어, 유방, 조조, 이성계, 수양대군, 우드로우 윌슨도 없었다. 이인자들은 일인자가 그려낸 큰 틀 안에서 행정을 담당하기도 하고, 전략을 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세상을 개혁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들의 치밀한 현실 판단 능력과 협력자로서의 의리, 창의성, 꼼꼼히 행정의 세부를 챙기는 힘이 없다면 일인자들의 비전과 꿈은 단지 몽상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보스가 명성을 얻는 것은 보스 자신의 소질 때문이 아니라 참모의 좋은 조언 덕분이다”라고까지 말했을 정도이니까.

LG경제 연구소에서 내놓은 포수 리더십을 바탕으로 해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포수로서의 이인자 리더십은 크게 다음의 4가지로 압축된다.

첫째,야구이든 기업이든 포수의 역할을 하는 리더는 좋은 일인자가 누구인지 가려내는 옥석과 넓은 시야, ‘안목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이인자는 일인자를 고를 줄 아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자신이 뛰어난 능력이 있더라도 일인자를 잘못 고를 경우, 기업과 자신의 생명 전체가 끝 난다. MLB에서도 류현진에게는 주전 포수 엘리스가 있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포수 야디어 몰리나에게는 투수 아담 웨인 라이트가 있다.

 

정치판에서 일인자를 잘 고른 이인자의 예를 들어 보자. 오바마의 지금이 있게 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책사 데이비드 액설로드 때문이다. 오바마는 92년 처음으로 액설로드를 만났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과 가까운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오바마 진영에 합류한다. 오바마의 성공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액설로드는 조지 부시 진영의 책사 칼 로브와 달리, 포지티브 전술을 구사했다. 한때 오바마가 당내 경선에서 크게 뒤지자, 주변에서 네거티브 전술을 구사하라는 압력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포지티브 전술을 포기하지 않았다. 거꾸로 오바마에 관한 5분짜리 전기 형식의 동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배포하고, “그렇다. 우린 할 수 있다. Yes, We Can”란 슬로건을 만들어 히트 시켰다.

이렇게 이인자는 일인자를 선택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순욱이 원소가 대업을 이룰 것 같지 않다는 판단 아래 조조를 선택한 것처럼, 정도전이 역신의 불명예를 안고서라도 이성계를 선택했던 것처럼. 액설로드는 오바마의 출현이 부시 정부 8년간 보여준 미국의 경직된 대내외 국가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미국은 흑인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모범적 민주국가’라는 파격성도 성공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오바마가 갖고 있는 흥행성(?)을 꿰뚫어 본 것이다.

게다가 액설로드는 그냥 참모나 책사가 아닌 오바마의 ‘인생의 동반자’에 가깝다. 액설로드는 부드럽고, 온화하며, 농담을 즐기고 내기도 잘 한다 (그는 내기 때문에 40년간 길렀던 콧수염을 밀기도 했다). 그의 가정사는 비극의 연속이었다. 8살 때 러시아 유대인 이민자 출신의 아버지와 기자인 어머니는 이혼했다. 대학시절에 아버지가 자살했고, 딸은 생후 7개월 때부터 간질을 앓았다. 그는 단순한 이인자가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오바마와 정신적 교감을 나누는 마음의 친구다. 이인자와 일인자는 세계관이 같아야 하며, 상호 믿음이 깊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빈 찬합을 보낸 조조 앞에서, ‘이제는 네가 쓸모 없어졌다’는 메시지를 눈치채고 자결한 순욱의 비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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